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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효자’ 수입 화장품이 살아남는 방법 [갑을 대격돌 ⑤]

기사입력 2013.05.15 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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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불황 속에도 ‘수입 화장품’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면세점에서 늘 수입 화장품 코너는 북적이고,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패밀리 세일을 위해서 소비자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사례가 계속 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수입 화장품을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백화점’의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매출 상승세를 타던 화장품 코너는 날이 갈수록 매출 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빅3로 불리는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은 모두 전년대비 화장품 매출이 하락했는데 이런 상황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현재 백화점에 입점한 화장품 코너의 80~90%는 수입 브랜드다. 이들은 백화점 매출의 일등공신이라 불릴만큼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화장품의 매출 부진은 곧 수입 브랜드의 부진이고, 백화점 전체의 부진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수입 브랜드의 인기는 여전히 높지만 매출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시즌별로 진행되는 백화점 전체 세일기간에도 화장품 브랜드는 절대 할인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적게는 20만원, 최대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제품들이 아무리 높은 기능을 지녔다고 할지라도 불황 앞에서 이런 고가 제품들이 안 팔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색조 브랜드 · 명품 패션관에게 자리 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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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한 강남 신세계 백화점 입생로랑 매장



화장품 코너는 어디나 마찬가지로 정문과 이동하기 좋은 1층이라는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불황 속에 매출이 떨어지고 브랜드끼리도 경쟁이 심화되자 백화점은 최근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색조 화장품 군 매장을 확대시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3월 2008년 이후 5년 만에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 매장 개편에 나섰다. 입생로랑 뷰티, 메이크업 포에버, OPI 등 색조 브랜드는 매장 리뉴얼을 단행했고. 맥과 바비 브라운 등의 색조 매장은 규모를 확대시켰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이미 수입브랜드 사이의 자리 경쟁이 치열했다. 화장품 고유의 자리로 불리는 1층에서 벗어나 지하 1층에 뷰티존을 추가로 형성한 것이다. 지난해 매장 개편으로 인해 1층에 있었던 메이크업 포에버, RMK, 가네보 등은 뷰티존으로 옮겨졌고, 2층에 자리했던 부르조아, 안나수이, 스틸라도 다시 1층 진입에 밀려 지하로 함께 옮겼다. 이들 대부분은 색조 브랜드로, 1층의 명품관 확장에 의해 자리에 밀려나게 됐다.

수입화장품이 이렇게 치열하게 백화점 진입과 자리 선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품 브랜드는 명품관이나 패션 매장에 비래 면적대비 매출이 높고 외국인에게 잘 팔리는 편이라 편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색조 브랜드는 ‘립스틱 효과’처럼 저렴해서 불황을 타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 매장 확대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게 된다.

이렇게 되자 기초제품을 메인으로 내세우던 기존의 수입 브랜드 일부는 백화점 측의 제안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색조 브랜드에게 매장을 내주거나 규모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매출이 높은 편이라 위치 선정과 수수료에 대한 부분에 불만이 있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좋은 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출이 낮은 위치로 옮기더라도 철수는 불가피하다. 대부분 국내 백화점 1층에 수입 브랜드가 너무 많다고 안 좋게 생각하지만, 사실 수입 브랜드도 백화점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을의 입장이다. 브랜드가 백화점에게 매장 규모나 자리 선점에 대해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브랜드숍· 중저가 브랜드 IN, 명품 수입 브랜드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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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킨텍스점에 입점한 닥터자르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하락세를 멈출 방도를 찾지 못한 백화점은 영캐주얼이나 식품 코너에 중저가 브랜드숍을 유치하고 있다. 당연히 기존의 수입 브랜드들은 백화점의 변화에 급작스런 위기를 맞았다. 가장 민감한 ‘가격 경쟁’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페이스샵은 현재 44개의 백화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에뛰드하우스는 이달 초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 매장 문을 열며 총 20개의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보다 가격대가 높은 중저가 브랜드 VDL도 최근 신세계백화점 서울 영등포점에 매장을 열었다. 드럭스토어가 주 유통망이던 닥터자르트도 롯데, 현대 백화점등 일부 매장에 입점하게 되면서 백화점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이는 수입 브랜드인 버버리의 뷰티 매장이 백화점 입점한 지 1년 3개월 만인 지난 2월 단 2곳의 매장을 제외하고 대부문의 매장을 철수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부르조아, 스틸라 등의 일부 수입 브랜드는 그동안 백화점에서만 판매되어 왔지만 드럭스토어 진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브랜드 A사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는 곧 백화점 브랜드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생각해서 무조건적으로 백화점만 믿고 유통망을 확대시키지 않기에는 요즘 같은 영업 부진을 이겨내기 힘들다. 매출 하락세 극복을 위해 세일을 하고 싶어도 업계 분위기 때문에 기획상품을 제작하는 경우에 그친다. 여러 가지 이벤트도 진행하고 싶지만, 이 역시 백화점에게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다. 다들 그러겠지만 자릿세를 내고도 맘대로 못하는 게 참 많다”고 전했다.

이렇게 수입브랜드들은 백화점이란 공간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세일도, 이벤트 진행도 어렵다, 기존의 입점 브랜드들과의 경쟁도 과열됐고, 브랜드숍까지 더해지자 새로운 대안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요즘은 백화점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가로수길에 자체적으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거나, 패션 브랜드와 손을 잡고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일시적으로라도 유통망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백화점 매출의 일등공신인 수입 브랜드들은 왜 이토록 백화점의 눈치만 봐야할까. 결국 백화점이 아닌, 수입 브랜드들이 백화점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길’을 모색해야만 그들도 자유롭고 소비자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매경닷컴 MK패셤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버버리 뷰티, 바비브라운, 입생로랑 뷰티, 닥터자르트, 부르조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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