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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패션, “저급이라서 좋다?”

인터넷쇼핑몰, SPA...가치혼란 야기

기사입력 2013.05.16 09: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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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모든 패션이 가치로 치장하고 강력한 매력으로 무장한 것은 아니다. 입구에서부터 진입을 막는 이해할 수 없는 상품이 진열된 매장도 있고, ‘혹’하는 마음에 들어갔다가 어이없는 가격에 놀라 ‘훅’하고 나오게 되는 매장도 있다.

패션을 대하는 가치 기준이 변하면서 대중들은 반드시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잣대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가격에 합당한 가치 즉, 자신의 판단 기준에 의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저렴해 보이는 것은 크게 괘념치 않는다. 이처럼 불황이 초래한 사회현상 중 하나는 B급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며, 이와 함께 B급 패션 역시 중요한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B급 패션은 성적 분방함이 넘치는 ‘에고이스트’가 국내에 론칭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섹시함이 B급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다소 범위가 확장돼 고급스럽지 않은 모든 것을 통칭하는 의미를 띠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포에버21’, ‘H&M’은 동일 SPA 브랜드와 비교해도 낮은 가격과 그에 합당한 고급스럽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돈이 없어도 패션을 구매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 이들 브랜드는 업계에서는 낮은 품질에 대한 지적을 받고, 환경운동가들에게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SPA의 전형으로 지탄받지만, B급 패션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1번가, G마켓 등 쇼핑몰전문사이트를 비롯해 연예인을 앞세운 인터넷쇼핑몰 등 여타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쇼핑몰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B급 패션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자 B급 패션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20대 한 여성은 “시간이 없어서 쇼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 즐겨찾기에 자주 구매하는 쇼핑몰을 업로드 해놓고 수시로 신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한다”면서 “백화점에 가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백화점에서 마음 편히 쇼핑할 만큼 돈이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쇼핑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하지 않다. 사고 싶은 것을 모두 백화점에서는 살 수 없으니까 인터넷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B급 패션은 가격적인 편안함, ‘핫’ 아이템에 대한 동경, 고급스러움의 포기 등 소비자들의 심리적 요인 탓에 저가 브랜드, 저가 상품 유통이 성장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저가 패션의 상징이기도 한 ‘포에버21’은 명동점(현재 공사 중), 신사동 가로수길점 2개 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점당 매출에서 타 브랜드 대비 뒤지지 않는 외형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거금을 들여 지역마다 매장을 여는 대신 온라인 매장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부족을 메우고 있다.

관계자는 포에버21은 오프라인과 온라인매장의 실적이 비등할 정도로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상품을 수시로 업그레이드하고 한 아이템당 많은 수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온라인을 통한 현재 실적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B급을 지향하는 패션은 철저하게 그에 걸 맞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툴을 형성하면서 이미지보다는 효율에 중심을 두고 실적을 높여가고 있다.

조현익ㆍ진언진이 발표한 ‘B급 문화의 부상과 정서 마케팅’ 보고서는 B급 문화의 정서를 설명하기 위해 ‘Fun & CURE’ 키워드를 사용했다. Fun, Cheap, Unexpected, Real time. Easy 즉 재미있고, 싸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움이 있고, 동시간에, 쉽게 누릴 수 있는 그런 정서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쉽게 실시간 쇼핑이 가능한 인터넷쇼핑몰과 싸고 재미있는 SPA는 B급 패션으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B급 패션의 확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다. B급 패션이 백화점에까지 영향을 미쳐 가치가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마저 점령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차단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지만, 경계가 없는 B급 패션의 확산은 패션업계뿐 아니라 B급 성향을 띠는 브랜드의 생존주기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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